Page 4 - 민족화해 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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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편집인 칼럼

            CVIG도 제시해 보자

                                                           원희복〈민족화해〉편집인·경향신문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아셈회의(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해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청했다. 야당은 그것을 ‘망신’이라고 혹
                                       평했지만 이는 단견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을 만
                                       나 대한민국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은 성과다. 유럽 국가들은 남북
                                       관계나, 북미관계에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할까. 지금까
                                       지 관행이나, 한국 보수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는 정보가 대부분 아닐
                                       까.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의 분명하고도 단호한 입장을 설명한 것은
                                       추후 유엔을 비롯한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판단요인이 될 것이다.

                                         오히려 최근 남북관계에서 필자가 우려한 것은 외교부장관, 통일
                                       부장관의 ‘소심함’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10월 10일 외교
                                       부 국정감사장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된 5·24조치에 대해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가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다음날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도 ‘시기상조’임을 밝혔다.

                                         대통령은 세계를 돌며 대북제재 해제를 요청하는데, 정작 내부에
                                       있는 국무위원들이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면 어
                                       쩌란 말인가. 아무리 야당의원의 추궁 때문이라지만 대통령이 두 발
                                       앞서 가는데, 정작 주무부처 장관이 자신감을 잃고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무위원이라는 장관 자리는 헌법상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심의
                                       하는 헌법상 위치와 행정각부를 통괄하는 정부조직법상 위치가 있다.
                                       그런데 지금 장관들은 헌법상 권한보다 정부조직법에 매몰돼 각자 조
                                       직 통괄에 헉헉 거리는 모습이다. 이는 업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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