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민족화해 104호 20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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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민족화해의 시작과 우리의 과제
다시 6·15정신으로 돌아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자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
‘현대사 100년 최고의 날.’ 김대중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2000년 6·15정상회담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저는 그날의 감격, 그날의 희망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분단과 대립, 그리고 전쟁의 공포 속에서
고통받아왔던 우리에게 6·15정상회담은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대반전을 가져오는
‘사변적’ 사건이었습니다. 2007년 10·4정상회담, 2018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
그리고 그해 9월 평양 정상회담도 6·15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올해는 6·25 70주년이자 6·15 2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70년 묵은 전쟁을 끝내 평
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남북관계도 정상화되는 것이 역사의 순리이자 이 시대의 상
식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엄중합니다. 남북대화는 단절되고 북미관계는 파행으
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인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하고 한반도의 앞날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이 중요한 해를 맞아 6·15를 회고하고 현 교착국면을 돌파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6·15선언의 재음미
엄격히 말하면 6·15선언은 남북한 관계의 기본방향을 설정해주는 하나의 총론적
문건이라 하겠습니다. 6·15선언은 서문에서는 남북 간 이해 증진과 남북 발전을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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