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민족화해 105호 20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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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July + August Vol.105
2000년 6월 15일, 그때 나는 다섯 살 꼬마였다. 평화는 멈추지 않는다
스무 살 삼촌은 군대 100일 휴가를 맞아 우리
집에 놀러 왔었다. 브라운관 속 김대중 대통령과 이러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제 짐을 메고 가는 사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함께 보았다. 들이 있다. 장작을 지피고 기름을 부어 제단 위 불씨를
삼촌은 “넌 군대 안 가도 되겠다”고 했다. 20년이 지키는 제사장들처럼 이들은 다양한 콘텐츠와 기념사
흘렀다. 스무 살 이등병은 마흔 살 배불뚝이가 됐고, 업 등을 통해 평화통일의 불씨를 지키고 있다. 기적은
다섯 살 꼬마는 스물다섯 예비역이 됐다. 김대중 기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노력의 결과다. 우리는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리엔 문재인 남북관계 회복이라는 기적을 바라고 있다. 낙담을 거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앉아 있다. 2007년 두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시민사회를 살펴볼 때다.
10월 4일 또 한 차례의 남북공동선언과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 9월 평양선언이 있었다. 먼저 6·15공동선언 20주년 준비위원회가 4월 27일
하지만 남북관계는 후퇴하고 있다. 2018년 2월 발족했다. 민화협, 6·15남측위원회 등 57개 각계 단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불신은 체가 참여한 준비위는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20주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대화 재개 년 기념 평화통일대회, 기념전시회 등을 기획했다. 기
시도는 실패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침묵을 지켰다. 념전시 ‘남북, 선을 넘어’는 6월 7일 서울역 광장, 14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는 남북교류를 무기한 일 서울역 롯데아울렛 측면 입구에서 각각 진행되었
연기시켰다. 그리고 지난 6월 4일, 김여정 노동당 다. 대학생남북교류추진네트워크와 겨레하나가 주최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를 한 이번 행사에서는 대학생 큐레이터가 직접 전시 및
발표하였고, 9일 북한은 남북통신연락선을 끊었다. 참여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은 ‘선을 넘었던
16일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그날’, ‘섬을 넘으면 할 수 있는 것들’, ‘선을 넘어 통일
남북관계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대북 적대감과 로’ 등 6·15남북정상회담과 분단 극복을 주제로 한 내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고, 분단시대는 연장되었다. 용으로 채워졌다.
언론 연속 기고도 있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
과 박정윤 6·15남측위 정책실장은 각각 <경향신문>
과 <한겨레>에 6·15 20주년의 의미와 앞으로의 제안,
한미관계 변화 제언을 주제로 글을 기고했다. 김동환
6·15학술본부 공동대표 외 6명은 6월 8일부터 15일
까지 <오마이뉴스>에 글을 게재했다.
온·오프라인 행동으로는 6월 1일부터 11일까지 진
행된 <6·15공동선언 20주년 집 행동 “남북의 약속 이
제는 이루자”>가 있었다. 이들은 ‘남북공동선언 이행’,
‘대북제재 중단’,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군사훈련 및 군비증강 중단’ 등 구
호를 정해 미 대사관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
행했다. 위 행사는 전국 사무실과 주요 도심지역,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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