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민족화해 105호 20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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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July + August Vol.105

6월 13일 오후 서울 청계천 인근, 6·15 공동선언 20주년 평화통일대회 모습. ⓒ연합

토대 형성을 언급하고, 민간차원에서라도 남북공동선                         말한다. 역사에 각본은 없다. 역사는 나아가는 자를 주
언 실현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기로 약속했다.                           목하지, 멈춰있으려는 자를 주목하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올해가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만                        필자는 감히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올해를
큼, 남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각자의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
보고하는 해여야 했다고 안타까워한다. 동시에 이럴                         는 해라고 정의한다. 이런 시국에 평화와 통일을 논하
때일수록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사람들의 용기와                          는 게 가당찮다는 냉대에 정면으로 반박한 해였다고
지혜를 상기하고 있다. 그들은 남북 대화의 힘을 믿고                       기억할 것이다. 언제 통일이 되겠느냐가 아닌, 어떤 통
있으며,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가 막연한 꿈이나 정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 해라고 여기려 한다.
치적 구호가 아님을 알고 있다.
                                                      은행나무는 손자가 덕을 볼 것을 염두 하고 심는다
  역사 진행이 직선으로만 가면 좋겠지만, 가끔은 길                       는 의미에서 공손수(公孫樹)라고 한다. 6·15남북공동
이 막히기도 하고, 갑자기 좌로, 우로 가기도 한다. 어                     선언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마음은 공손수를 심는 마
떨 때는 계속 지그재그를 그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아                       음이었다. 6·15남북공동선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가고자 하는 동력은 꺼지지 않는다. 우리 시민사회는                        있다면 바로 이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조급
평화통일이 언젠가 마주칠 당위적인 일이기 때문에,                         함을 덜어내고 다시 공손수를 심을 때다.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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