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민족화해 104호 20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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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May + June Vol.104
월북하는 심리학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았다. 여전히 아픔과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학살의 책임에 대
- 남 과 북을 가르는 7가지 해 인정하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이번에도 유가족들 앞
심리분계선 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아마도 그는 죽을 때까지 자신
의 죄를 인정하지도, 참회하지도 않을 것이다. 책은 풍
김태형 부한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5·18을 경찰의 시각에서
서해문집 새롭게 조명한다.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싸운 광주시
2020. 3 민들의 항쟁은 6월항쟁과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한국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5·18때 전남경찰은
북에서 꽤 많은 시간을 살다 와서, 그것 하나 믿고 마치 상부의 거듭되는 강경진압 지시에도 불구하고 4·19때
북 전문가인양 행세하는 이들, 급기야 대한민국 국회의 와 달리 시민을 향해 총을 쏘지 않았다. 그러한 ‘정의로
원이란 엄청난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이들도, 북 최 운 불복종’의 맨 앞에는 전라남도 도경국장 안병하가 있
고지도자의 건강상태는커녕, 당장 북의 내일도 점치기 었다.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는 지극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물며 북한 땅 한 번 밟아본 경 히 당연한 신념을 지킨 그는 그 ‘죄’로 인해 신군부에 끌
험이 없는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북 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경찰로서의 명예 역시 짓
한에 대한 이미지, 혹은 스스로 상식이라 생각하는 것 밟혔다. 그리고 끝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들은, 기실 매우 부정확하고 왜곡으로 꽉 차 있기 십상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무려 30여
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말이다. 년만인 2017년 경찰청이 처음 시행한 ‘올해의 경찰영
저자는 분단체제가 남북한 주민들 마음에 새긴 상처와 웅’ 제1호로 뽑혔으며, 2017년 11월 뒤늦게 치안감에
흉터를 관찰해왔다. 그리고 한국인들의 평균적 북한 인 추서되었다.
식을 70년 묵은 편견이 초래한 ‘장애’로 규정한다. 아울 사람들은 때로 망각을 통한 죄의식의 말소를 꿈꾼다.
러 탈북자와의 대면 인터뷰, 개성공단 핵심 관계자 및 하지만 진정한 죄의식의 말소는 망각이 아닌 진실한 참
노동자들의 진술, 북한 장기체류자들의 증언에 기초한 회와 사죄를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 ‘세월호’를, ‘4·3제
북한 주민들의 심리 분석을 통해 이제까지의 ‘상식’을 주’를, ‘5·18’을, 그리고 이 땅위에서 벌어진 수많은 비
남김없이 뒤집는다. 이 책의 목적이다. 극과 아픔을, 애써 잊으려 하지 않고, ‘다시는 이런 일이
다들 아시다시피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아니,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끈질긴 반성과 참회, 각오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자신들이 생각 와 다짐이 먼저다. 사람과 짐승은 그 부분에서 비로소
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 상식을 바꾸려 하지 않 차별된다.
는다. 여러 가지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고 그것이 인류
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매김해도 상관없다. 자신 안병하 평전
이 보기엔 그것은 거짓된 이야기, 가짜뉴스다. 이는 남
북한 주민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결국 선택은 이재의
각자의 몫이고 책임이다. 다만 그랬으면 좋겠다. 최소 정한책방
한 자신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을 경우, 제발 인정 2020. 5
하고 사과 좀 하자. 상도의는 갖고 장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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