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민족화해 105호 20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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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July + August Vol.105
헤로니모 가족사진. (왼쪽부터) 어머니 김귀희 여사, 헤로니모 임(임은조), 수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리 사회는 유독 ‘저항’
아버지 임천택 독립운동가. ⓒ커넥트픽쳐스 보다는 ‘차별’에 주목한다. 최근 미국 흑인 인종차별과
이에 대항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
의견을 국내외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다)’ 운동에 연대한 광화문 집회에서도 불만의 목소
플랫폼을 만든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오니즘은 결정적 한계가 있다. 디아스포라 “한국 사회에 아쉬운 점은 세계시민 측면에서 저항정
로서 온전한 정체성, 즉 세계시민주의로까지 초월하지 신이 선택적(Selective)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촛불혁명
못한 것이다. 시오니즘은 민족주의로 귀결되면서 팔레 과 코로나19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한국은 엄연히 선
스타인과 분쟁을 일으키고 말았다. 하지만 희망은 보 진국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편타
인다. 시오니스트 사이에서도 세계시민주의를 추구하 당한 가치, 특히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보편적 저항정신
는 진보적인 그룹이 등장해, 미국 정치권을 향해 이스 이 부족합니다. 미국의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보
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죠. 일부 흑인들의 약탈과 폭력적인 행위는 반드시 비
있는 것이다. 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저항 측면에서 미국 경찰
사회의 사과와 발빠른 후속조치, 전국적인 평화 시위
“조심스럽지만 시오니즘을 통해 코리안 디아스포라 확산, 백인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 등은 미국 인권
의 역할과 미래를 엿볼 수 있어요. 시오니즘의 목표가 조 운동역사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
국 재건이라면, 우리는 조국 평화와 통일로 삼아 절실히 에서 한 조선족이 인종차별로 인한 비극을 맞이한 사건
염원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죠. 그 과정에서 코리안 디 이 벌어진다면,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날까요?”
아스포라만의 기구를 조직해야 합니다. 물론 세계시민
주의를 내재한 온전한 정체성을 갖추는 것이 먼저죠” 올해 2월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2만명이다. 한
차별과 혐오 역사, 저항 정신으로 극복해야 국 전체 인구 4.9%에 해당한다. 학계에서 전체인구 대
비 외국인 체류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분
우리 곁에는 늘 소수를 향한 차별과 혐오의 역사 류한다. 외국인 증가세를 고려하면 올해 우리나라는
가 뒤따랐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만 봐도 그렇다. 국 다문화사회로 진입한다.
내 코로나19 전파가 시작되자 서울 대림동 조선족 밀
집 지역으로, 이태원 클럽발 수도권 확산에서는 성소 “디아스포라는 언제나 소수였어요. 물리적 차별 경
험은 마음 한 편에 불안감과 두려움을 계속 남겨놓았
죠. 한인 2세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아스포라의
제3지대 역할과 세계시민주의를 바탕으로 한 온전한
자아. 솔직히 이 분야 전공자도 아니며 깊은 지식을 가
진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무책임한 발언일 수도 있습
니다. 하지만 <헤로니모>라는 작품이 디아스포라라는
큰 연못에 파장을 일으킬 조약돌이 되어, 차별과 혐오
를 향해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고 디아스포라
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시작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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