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민족화해 106호 20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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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eptember + October Vol.106
을 버리고 대피해야 했다. 2019년 5월 북한에서 먼저 사일 실험으로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었던 2017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그해 9월 우리 측 접경지 년 3분기의 71.4%보다도 낮은 것이다. 북한에 대
역에도 퍼졌고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축산업을 한 인식도 ‘경계·적대 대상’(39.2%)이 ‘협력·지원대
하는 농민의 삶이 위태로워졌고, 접경지역에 대한 출 상’(37.6%)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와
입과 관광까지 막히면서 지역경제도 함께 어려워졌 남북관계의 악화 속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민의
다. 일부 탈북단체가 북으로 보낸 대북전단은 오히려 기대와 희망도 함께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람을 타고 의정부의 주택가 지붕에 떨어지면서 시
민의 안전을 위협했다. 거리를 두고 싶어도 남과 북은 ‘국민과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 앞
바람과 물과 땅을 공유하며 살아가야 하는 생명공동 에서 일상을 지킨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각
체인 것이다. 지금의 거리두기가 ‘잠시’ 일 수밖에 없 과 실천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일에도 국민의
는 이유이다. 자각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가 내 일상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고, 거리두기만으로는 언제든 나
코로나 시대의 평화통일 소통법과 국민참여 의 삶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자각과 공감이 필요하다. 코
로나19로 국민과 함께하고 소통하는 평화통일 활동이
나의 일상과 한반도 평화가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잠시 멈춤’ 상태이지만, 코로나 시대에 맞는 평화통일
보이지만, 우리는 바람으로, 물로, 땅으로, 사람과 사 활동과 소통법을 만들며 국민과 함께하는 길을 찾아
람으로 연결되어 있다. 일상의 평화를 만드는 ‘나부터 야 한다.
실천’과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실천을 함께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실천을 민화협은 우리 사회 내부의 대화와 소통에 가장 먼
해야 할까. 북한이 핵을 쥐고 있고 북미대화가 중단되 저 주목하고 실천해 왔다. 1998년 출범 당시부터 남북
고, 남북관계마저 막혀있는 현실에 지치고 때로는 좌 화해 못지않게 남남화해를 주요 목표로 삼았고, 2000
절도 하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한 걸음 년 초에 ‘남남대화’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통일문제
더 내딛는 것이 분단시대를 사는 우리의 숙명이 아닐 에 있어 우리사회의 소통과 통합을 위해 힘써왔다. 남
까. 남북관계가 막혀 있을수록 우리 안에서부터 할 수 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도 했다. 앞서서 실천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민과 함께하는’ 코로나 시
대의 새로운 평화통일 운동을 만드는 일도 민화협이
그러나 최근 남북 관계에 대한 국민인식은 싸늘하 앞서 실천해 주면 좋겠다. 그 실천을 통해 거리두기를
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20년 2분기 여론조사 넘어서는 코로나 시대의 연대와 소통이 우리사회 안에
결과1를 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5.5%, 불필 서, 그리고 남북 사이에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요하다는 응답은 31.4%로 나오고 있다. 필요성에 대
한 응답이 높지만 이 수치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미 Writer
이현희는 1998년부터 민화협에서 20년 가까이 일했고, 현재는 민주
1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평통 홈페이지(www.nuac.go.kr) 내 ‘정보 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동국대학교 북
자료마당’을 통해 볼 수 있다. 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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