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민족화해 106호 20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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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eptember + October Vol.106

적 기술혁신에 기여할 주요 기술, 예컨대 반도체, 수                                     양자택일 아닌 이해관계 조화가 필요해
퍼컴퓨터, 양자컴퓨터, 자율주행기계, 인공지능, 로보
틱, 5G, 차세대이동통신 기술, 바이오기술 등에 역량                                  미중 간 전방위적 경쟁과 탈동조화 추세는 한국이
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이 향후 글로벌 경                                 더 이상 안미경중(安美經中)의 단순한 이분법적 헤징
제와 국가안보, 생산성 등 모든 영역에서의 주도권 확                                 전략을 취할 수 없게 됨을 보여준다. 또한 어느 한쪽으
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더욱                                 로의 편승(bandwagon)은 더욱 나쁜 선택지가 될 것
이 경쟁 차원뿐만 아니라, 중국이 이러한 기술혁신을                                  이며, 미중 경쟁 속 사안별·영역별로 한국의 국가이익
기반으로 국내외 권위주의적 지배를 강화할 가능성,                                   과 비전을 위치시켜야 하는 대외정책적 전환이 필요
또한 비민주주의 및 비시장경제적 중국모델을 국제사                                   하게 되었다.
회에 확산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6 바로 그
러한 측면에서 미국 국무부가 최근 제시한 <클린 네트                                   한반도의 경우, 미중 양국이 탈동조화 과정 속에서
워크(Clean Network)> 정책 및 <경제번영 네트워크                            북한 문제를 양국 간 협력의 영역으로 남겨둘 것인지
(Economic prosperity netowork)> 구상을 이해해                       는 불확실하다. 다만 북한은 미중 탈동조화 과정 속에
야 할 것이며, 이러한 구상에 동참할 수 있는 동맹국                                 서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이 북미관계
및 파트너 국가들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Trusted                              를 고려하지 않고 남북관계 진전을 추동하려 한다면
Partner)’로서 명명하며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를 중층                              미중 뿐만 아니라 한미 간의 탈동조화로 이어질 공산
적으로 구상할 계획이다.                                                 이 있다. 미국이 안보, 경제, 기술영역뿐만 아니라 거
                                                              버넌스 영역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물론 이러한 디커플링은 자유 국제주의 질서를 구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 바이든 민주
성하던 열린 시장(open market), 자유무역 등의 원칙                            당 대선 후보 역시 지난 8월 21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에 반할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경쟁의 수단으로 경제                                 통해 “독재자의 비위를 맞춰주던 시대는 끝났다”고 천
적 상호의존을 미국 스스로 이용하는 셈이 된다. 그러                                 명한 바 있으며, 비핵화라는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나 위와 같은 미중관계의 근본적 변화와 탈동조화의                                   달성하는 데 있어 남북관계 진전보다는 제재, 동맹국
추세를 고려한다면 기술영역 및 기술 공급망, 그리고                                  들과의 협력과 북미 간 실무협상을 중시하겠다는 의
디지털 인프라 차원의 양분화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                                  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 문제에 관해서
다. 물론 장기적으로 이러한 탈동조화 정책에 대해 우                                 도 한국은 머지않아 또 다른 도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려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공급망 양분화에 소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 경제, 안보 등 앞으로 장기화
요되는 비용과 시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선별과                                될 전방위적 강대국 경쟁에서 한국은 생존과 안정, 번
새로이 형성되고 있는 경제·안보 아키텍쳐 간의 정합                                  영을 위한 국가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초당적 논
성 등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의를 해야 할 것이다.

6 Tarun Chabra, The China Challenge, Democracy, and US Grand  Writer
    Strategy (Washington D.C.: The Brookings, 2019).
                                                              정구연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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