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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2018 03+04 57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한미동맹 지속의 남북한 사이에 이 교환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미국
삼각 딜레마 이 동의하지 않으면 북미대화는 없을 수 있다. 북미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서로 다른 정책목표를 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1절 경축사에서 2019 진 두 국가이기에 핵동결과 비핵화 사이에는 심연이
년 3·1절을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있다.
“출발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한
국정부는 3월 5일 대북특사와 대미특사를 보내겠다 평창 임시평화체제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것처럼, 한
는 결정을 했다. 평창 임시평화체제에서처럼 남북관 국정부는 현 단계에서 상상 가능한 정책목표인 한반
계의 개선을 매개로 북미대화를 중재하겠다는 의지 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지속을 동시
를 다시 보인 것이다. 관건은 북미대화가 열릴 수 있 에 달성할 수 없는 ‘삼각모순(trilemma)’에 직면하고
는 조건이다. 핵국가 인정을 목표로 하는 북한과 한반 있다. 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했다면, 평창 임
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 사이에서 의제의 접점 시평화체제는 없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을 찾아야 하는 험로다. 만약 평창패럴림픽 이후 한 체제를 얻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수정 또는 조정이
미합동군사훈련의 축소나 중단을 제안하면서 북한의 불가피하다. 자칫 한미동맹의 수정 또는 조정을 했음
핵동결 선언을 유도하며 북미대화를 만들고자 한다 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길을 가지 못한다
면, 더불어 대북제재의 단계적 완화까지 포함된다면, 면, 한국은 국내정치적 파국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한
한미동맹의 수정 또는 조정은 불가피하다. 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의 지속이란 두 정책목표
만을 선택하는 것은 북한을 핵국가로 사실상 인정하
게 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한미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가 진행된다면 정책목
표를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으로 하향조정할 수도 있
다. 한반도 평화체제 없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
의 지속이 가능한 경로는 강압에 의한 북한의 변화 또
는 붕괴일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이 지불해야 할 비용
을 상상하기 어렵다. 인간과 국가의 마음은 서로 모순
적인 목표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끔 한다. 평창 임시평화체제의 전개과정에서 볼 수 있
는 것처럼, 이성의 시각에서는 일관되지 않아 보이는
선택이 관성의 집합체인 감정과 창조적 의지의 작동
에 의해 만들어지곤 한다.
구갑우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정치학과 대학
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토야마 대학 외래교수, 릿
교 대학 방문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