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민족화해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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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편집인 칼럼











                                                증오를 떨치고


                                            화해의 두 걸음으로





                                              원희복〈민족화해〉편집인·경향신문 부국장





                                       박근혜 정권이 한창일 때 국민에게 조용히 회자됐던 시가 있다. 독일 목사이

                                     자 사회운동가인 마르틴 니묄러(1892~1984)의 <그들이 처음 왔을 때>라는 시
                                     다. 나치 치하 독일 상황을 묘사했던 이 시의 내용은 이렇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
                                       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민주의자를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주
                                       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체포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잡아갔을 때는 항의할 수 있는 그 누구
                                       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내내 남북은 극도의 전쟁위기가 지속됐다. 군인이 킬체인을 주
                                     장하는 것이야 이해하지만 몇몇 언론인은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특히 공중파 방송은 남북갈등을 노골적으로 조장했다. 박근혜 정권은 ‘민족화
                                     해’는커녕 남한에서 야당끼리 혹은 시민사회단체끼리의 연대도 철저히 통제했
                                     다. 이 중심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었다. 그는 남북 화해세력을 좌경세력, 국
                                     가분란 세력과 동일시하고 박멸해야 한다는 극우적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 잡자마자 비밀리에 여러 TF가 만들어졌다. 법
                                     무부에 정당해산 TF가 만들어져 나치시절 정당해산 사례가 연구됐다. 교육부에
                                     는 국정교과서 도입을 위한 TF가 만들어졌다. 문화관광부에는 문화예술정책 TF
                                     를 만들어 문예기금 보조사업에서 특정인을 배제하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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