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민족화해 94호
P. 7
민족화해 2018 09+10 05
유례없는 폭염에
한반도가 땀 흘리던 2018년 여름.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
서 ‘제4차 아리스포츠컵 15살 미만 국제축구대회’
가 열렸다. 남측에서 147명의 대규모 민간 대표단
이 서해육로(개성과 사리원을 거쳐 평양으로 향하
는 총연장 170km의 평양개성도로)를 이용해 9박
10일 동안 평양에 다녀왔다. 지난 2003년 류경정
주영체육관 개관식 참관을 위해 1,000여명의 참
관단이 밟았던 그 길을 남북 교류협력 목적으로
다시 달리기까지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눈앞의
높지 않은 구릉 저 너머로 그리던 무언가가 나타
02
날 것 같은 설렘 탓일까. 평양 가는 3시간이 쏜살
같이 지나갔다.
9박 10일이면 조금 과장을 보태
평양살이라고 해도 괜찮을 터.
10년 만에 다시 와본 평양의 거리에서
01. 평양개성고속도로. ⓒ평양국제유소년축구대회 대표단 붉은색 붓글씨로 힘 있게 쓴 구호 대신 부
02. 평양거리에서 만난 ‘최첨단을 돌파하라’ 구호. ⓒ이승현
03. 양각도국제호텔에서 바라본 주체사상탑. ⓒ이승현 드러운 장식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최첨
단을 돌파하라’,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
으로 미래를 담보하자’는 구호가 한결 부
드럽게 읽혔다. 초고층건물이 즐비한 미
래과학자거리를 지날 때는 동행하던 북측
관계자들도 으쓱한 듯 소감이 어떤지 채
근하듯 물어보는데, 어쨌든 어려움을 극
복하고 잘 살고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숙소
인 양각도국제호텔에서 고개만 내밀면 볼
수 있는 휘황한 조명 속 주체사상탑과 그
뒤로 ‘일심’, ‘단결’ 불장식(네온사인)을
두르고 호위하듯 서있는 동대원구역 아파
트는 변치 않은 평양의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다. 2018년의 평양은 그렇듯
변치 않는 의지와 변화에 대한 갈망이 공
03
존하는 풍경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민족화해 vol94 0910.indd 5 2018-09-10 오전 11: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