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민족화해 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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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거품이 있던 계급을 모두 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의 국가에서 경제가 고도성장 하면, 주민들이 민주주
                       이 군의 계급장을 떼고 거품을 없앤다는 것은 그만큼                의를 요구하게 되고, 이것이 정치체제의 변화를 초래
                       권력이 공고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작년 말에                한다고 봅니다. 북한도 이것을 두려워했겠지만,  중국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말 폭탄 공방이 있었는데 북               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듯합니다.
                       한주민 입장에서 보면 젊은 지도자가 세계최강 미국                   중국 공산당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 정책을 펴고,
                       대통령과 싸워서 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긴 것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지금까지 30년간 고도성장을
                       으로 해석할 것입니다. 이것이 권력공고화에 화룡점                 해 왔습니다. 공산당 체제에서 고도성장 하는 가능성
                       정을 찍었을 것입니다.                                을 중국을 통해 본 것입니다. 정통성을 갖지 못한 제 3
                         이런 상황이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과 같은 결                세계의 군부 쿠데타로 만들어진 권위주의 국가와 달
                       정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국가안보의 보검이라고                리, 북한은 독재국가지만 우리의 평가와 관계없이 북
                       했던 핵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안전보장 체제를 제시                 한 주민에 의해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공산당
                       하고 있는데, 그 대가는 결국 잘사는 북한입니다. 이               이 흔들리지 않고 고도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

                       러한 결정에 대해 주민들은 좋아하겠지만 핵·ICBM                었기에, 개방을 통해 새로운 국가모델로 가려는 것이
                       과 관련한 이익집단인 군이 반발할 수 있습니다. 군에               라 봅니다.
                       대한 장악이 완벽하지 못하면 하기 어려운 결정입니
                       다. 권력이 공고화되어 있기 때문에 권력 공고화를 위                   북핵 포기를 통해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이 체제 보장을
                       해 활용해 온 핵무기도 포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넘어 경제부국이 목표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과 미
                         김정은정권 초기의 핵무기 개발은 권력공고화와 연                국이 줄 수 있는 반대급부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양쪽의
                       관이 있지만, 그 이후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핵개발               주고받기와 로드맵을 어떻게 보십니까?

                       을 했다고 봅니다. 더 이상 권력공고화에 이용할 필요                   북한이 우리 예상보다 더 전격적인 제안을 할 가능
                       가 없기에 핵무기를 자기가 추구하는 국가모델을 실                 성이 있습니다. 제가 남북관계를 다른 전문가들 보다
                       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어차피 핵무                전향적으로 보는 입장인데, 저는 북미정상회담에서
                       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북의 체제안전 보장을                포괄적 일괄타결을 합의하고, 회의감 불식을 위한 선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바꾼 것입니다.                       행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물로 줄 것이라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줄
                          북한이 수령제 중심의 폐쇄적 사회이기 때문에 남북교             선물을 남북정상회담 전에 미리 내놨습니다. 매우 전
                       류협력 등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체제이완을 가져올 수도              향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미정상회
                       있는데요,  체제보위와  외부협력의  균형점을  어떻게  잡을          담에서도 보다 본질적이고 광범위한 합의를 추구하

                       것으로 보십니까?                                   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현재 북한이 추구하는 경제발전의 핵심은 대외경                  북한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제관계에서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데,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를 얼마만큼 빠르게 비핵
                       이것은 사람이 가지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북한이 지                화와 연계하여 동시적으로 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금 생각하는 개방에 대한 관점은 김정일 시대와는 다                이 지점을 누구도 자신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릅니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정치학자들은 권위주                  과정으로 보면 일정 부분의 공감대는 있지 않을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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