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민족화해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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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2018 09+10                                41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               를 동시에 관리했고, 싱가포르가 현재 미국, 중국과 동
                       에 대한 통상 분야 의존도를 높이도록 독자적인 기술                시에 우호 관계를 관리하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 미국,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안보 분야 과제는 복잡한 편이               중국과 동시에 우호 관계를 관리할 수 없다고 예단할

                       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에 한계가               필요가 없다. 그렇게 예단하는 것은 단지 역사나 국제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나라와의 우호 관계를 각각               관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결과일 뿐이다.
                       공고하게 관리하는 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                 다만 남북 분단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에
                       원에서 한미 동맹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 내                서 불필요한 어려움을 안기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
                       한국전 참전 용사와 그 후손들과의 연계망은 물론 한                용했고, 국내적으로 사대주의 논란을 키우거나, 또는
                       국 근무 경험이 있는 군인 출신 미국인과의 연계망도                왜곡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므로 남북 관계 개
                       발전시켜야 한다. 동시에 한중 우호 관계를 심화해야                선, 나아가서 통일은 미중 갈등 구도에서 우리의 외교
                       한다. 유학 연구 등 한자 문화권의 동질감을 재발견하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마술의 열쇠가 될 수 있
                       는 문화 연대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고, 우리 국익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다.                             미중 무역 전쟁의 와중에 종전 선언 문제가 희생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한반도
                            고려와 싱가포르의 교훈 잊지 말아야                    평화 체제 구축 문제와 미중 무역 전쟁과는 일정한 거
                                                                   리가 있다. 미중 두 나라가 종전선언에 실제로 반대하
                         한국이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동시에 우호 관계를              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남과 북이 종전 선언에
                       유지할 수 있을까?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될
                       예를 들어 고려 시대 초기에 고려는 군사적으로 강대                수 있다. 남과 북이 먼저 공감대를 찾고, 북한과 미국

                       하지만, 문화적으로 열등감이 있는 요나라와 우호 관                이 종전 선언 문제에 합의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
                       계를 유지했다. 동시에 문화적으로 자부심이 크지만,                해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군사적으로 약체 취급을 받는 송나라와도 친하게 지                   미중 무역 전쟁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경제 상
                       냈다. 고려는 요나라를 상대로 문화적 욕구 차원에서                황을 망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국가적 과제를 깨우쳐
                       협력하고, 송나라에 대해서는 외교적 존재감 차원에                 주는 기제가 될 수 있다. 경각심을 갖고 국가적 혁신을
                       서 협력하면서 친선 관계를 관리했다. 역사를 돌아볼                지속하는 자극으로 삼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수 있다
                       것도 없이 싱가포르를 보더라도 미국, 중국과 동시에                면, 2035년이나 2049년을 전후해 진짜 무역 전쟁이 발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군사                해도 두려움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대한민
                       협력 분야에서 신뢰 수준을 최고로 높였고, 중국과는                국의 현명한 정책 덕분에 미중 무역 전쟁이나 패권 전쟁

                       경제적, 문화적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 트              이 결국 벌어지지 않는 시나리오도 가능할 수 있다.
                       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6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
                       원장과의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지목했다. 한편 중                왕선택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국제정책실무 석사 학위, 북한
                       국 시진핑 주석이 2015년 11월 타이완 마잉주 총통과             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2월 YTN
                                                                   방송 기자로 입사해 국내 정치 담당을 거쳐, 2002년 이후 통일부와
                       의 정상회담을 진행한 곳도 싱가포르였다. 고려가 천
                                                                   외교부 출입기자로 일했고, 2006년 이후 통일외교 전문기자로 활
                       년 전에 갈등 관계에 있던 요와 송 사이에서 우호 관계              동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워싱턴 특파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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