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민족화해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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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2018 09+10                                67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국가가 사실은 허울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을 파악한 이들이 그들만의 대안적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남한을 떠나 스스로 난민이 되는 것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자신
                                   주변의 이웃, 가족, 동료가 한없이 중요하다. 국가라는 울타리가 없이도
                                         살아가려면 그만큼 든든한 공동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되는 것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자신 주변의 이웃,                뿌리는 결코 일국적인 시민권도 아니고, 종교적 공동

                       가족, 동료가 한없이 중요하다. 국가라는 울타리가                 체도 아니며, 가부장제에 기반을 둔 전통적 가족도 아
                       없이도 살아가려면 그만큼 든든한 공동체가 필요하                  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인류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기 때문이다.                                     우리를 옥죄어왔던 모든 것들을 가로지르며, 전혀 다
                                                                   른 형태의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것의 이름
                                                                   이 세계시민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작가는 확실한 답
                        국가 너머 새로운 주체의 가능성                          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결코
                                                                   특정한 ‘국민’의 이름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리데

                         이런 맥락에서 소설의 주인공 바리의 영험한 능력                기>에서의 난민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또 다른
                       은 저승을 오가는 능력이 아닌 바로 살아있는 모든 것               이름의 변혁자로 정의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
                       들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이다. 고향에서는 집에서 키우               것만으로도 이 소설이 그려내고 있는 탈북 난민의 모
                       는 개 흰둥이와 칠성이, 말 못하는 ‘숙이’언니와도 영              습은 충분히 전복적이며, 난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
                       적인 교감이 가능했으며, 이후 영국으로 이주한 이후                리 모두에게 국가 너머 새로운 주체의 가능성을 상상
                       에는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다른 민족, 인종, 종              하게 한다.
                       교, 계급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동체를 이루게 된
                       다. 바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국가, 테러, 자본주의
                       등이 난무하는 곳의 작은 틈새, 즉 그녀가 만들어가

                       는 (대안)가족과 공동체에 기반을 둔다. 아무리 세상
                       의 온갖 풍파가 그녀에게 휘몰아쳐도 살아있는 모든
                       것과 연대할 수 있기에 그녀의 삶은 계속될 수 있는                김성경은 영국 에섹스대학에서 문화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것이다.                                        성공회대학교와 싱가포르국립대학을 거쳐 2014년부터 북한대학
                                                                   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한이탈주민, 마음의 사회학,
                         소설 <바리데기>는 난민으로서 북한 출신자가 뿌
                                                                   통일&통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민족화해』 편
                       리내리며 살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바리가 선택한                 집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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