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민족화해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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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문화 모니터
문학 속
통일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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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아닌
세계시민은
가능한가?
황석영의 <바리데기>에
나타난 북한난민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시리아 난민 문제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을 즈음 우연히 출장길에 들른 유럽의 한
공항 풍경이다. 출입국 심사관의 얼굴은 짜증으로 가득하고 히잡을 쓴 여성들과 아이들
이 주눅 든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족히 이십 여명은 될까. 두려움에 한껏 움츠러든 그
녀들과 겁에 질려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그들은 서류가 부
족했는지 한동안 심사관의 질책을 받다 결국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수용시설로 옮겨
가는 듯 했다. 하긴 비행기로 유럽 땅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
가 있는 이들일 터이다. 대부분의 난민은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지중해를 가로질러 터키
와 그리스를 거쳐 서유럽에 도착한다. 마치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의 바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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