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민족화해 94호
P. 49

민족화해  2018 09+10                                47






                       2018년 오랜 위기와 갈등을 뒤로 하고 남북 간 훈풍이 한반도에 불어올 때 맨 처음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남북
                       예술단의 합동공연이었다. 남북 예술인들이 한 무대에서 한 목소리로 노래 부를 때, 남북의 모든 구성원은 비로소 평화가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체육을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교류가 이제 조심스럽게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 7월 12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남한 최초로 북한영화를 야외에서
                       상영했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의 영상물을 학술적 목적이 아닌 것으로 소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찬반의 논란이 있지만, 과거 동서독이 문화교류를 통해 여러 교류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북한영화 상영을 위해 노력한 김종원 BIFAN 부집행위원장(영화사 키노 대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는 8월 13일 영화사 키노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글 • 염규현 정책홍보팀 부국장      사진 • 김성헌 객원작가




                         이번 BIFAN에서 소개된 북한영화들은 2000년 제             들의 성숙한 의식을 신뢰하며 자유롭게 국민들이 보

                       1호 북한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최초로 국내 개봉                 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한 문재인 정부의 자신감의 표현
                       됐던 <불가사리>(1985)와 북한, 영국, 벨기에가 합작            이라고 설명했다.
                       한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2012), 2016 평양국제영
                       화축전 최우수상 수상작 <우리집 이야기>(2016) 그                   문화콘텐츠의 힘, 동질성과 상호 이해
                       리고 교통질서 준수를 위한 캠페인 ‘만화영화’ 시리
                       즈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 6편이다. BIFAN 조직               “2005년경에 이만희 감독의 <만추> 필름을 찾으러
                       위원회의 소개말을 인용하자면 <불가사리>는 고 신                 방북한 영화인들과 함께 평양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

                       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제작 중 탈출하면서, 북한의 정               시는 남북 간에 활발한 영화교류가 있었고, 많은 남측
                       건조 감독에 의해 완성된 괴수영화로 일본 <고지라>                영화인들이 방북했다. <만추>는 해외 영화인들도 극
                       팀이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또 최근 북한영               찬한 한국 영화의 대표적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남측
                       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우리집 이야기>와 <교통질                에는 원본 필름이 소실되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
                       서를 잘 지키자요>는 처음으로 국내에 공식 소개되었                했다. 당시 조선영화촬영소를 방문해 <만추> 필름을
                       다. 특히 만화영화 시리즈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               찾았는데 그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영화광으
                       는 한때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 수준을 자랑했던 북                로 알려져 있어 혹시 개인 소장용이 있지는 않을까 생
                       한 ‘만화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함은 물론, 북한이 꿈               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찾진 못했다. 또 <황진
                       꾸는 최첨단의 도시라는 미래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이>를 개성 시내, 박연폭포 등에서 직접 촬영하고 싶

                       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북한영화 상영은 통               었지만, 이루지 못했고 나중에 금강산에 가서 일부 찍
                       일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영상자료원의 협조를 통                 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는 교류를 하면서 제작도
                       해 이루어졌다. 김종원 부집행위원장은 10년 전 중단               같이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남북관계
                       되었던 남북영화교류의 재개를 알리는 측면에서 이                  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교류할 기회가 없어졌다. 그
                       번 영화 상영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더 이상 북한               사이 2012년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부산국제영
                       영화나 예술 창작물들을 금기시 하지 말고, 우리 국민               화제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이 영화도 실제 북한 영










          민족화해 vol94 0910.indd   47                                                                 2018-09-10   오전 11:19:15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