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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년 BIFAN에선 이번에 하지 못했던 북한 영
화 관계자를 꼭 초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 남
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 영화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며 잇속을 챙기는 이들도 사라질 것 아닌가.”
영화는 영화다
김종원 부집행위원장은 기자 출신이다. <말>지를 거
쳐 <키노> 창간에 참여했다. 기자 시절 정치사회 분야
는 2018광주비엔날레는 7개의 전시와 11명의 큐레이 에서 ‘센’ 글을 쓰다가, 문화파트에 배치된 후 영화를
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북한 미술전을 마련했다.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불의와 부조화하는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측과의 소통의 어 자신을 발견했다. 대중문화검열에 대한 비판기사를 썼
려움, 콘텐츠 선택 및 필름 입수, 관계기관과의 논의 고, 국가 주도 영화제에 대한 글을 썼다. 이렇게 영화계
와 협력, 북측 관계자 초청 불발 등 많은 어려움을 겪 에 인연을 맺고 결국은 영화사 키노의 대표가 되었다.
어야 했던 김종원 부집행위원장은 “그래도 우리 이후 그는 현재 20~30대가 북한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
북한 영화 상영을 시도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도움 딱 그 정도가 매우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을 얻을 수 있다면 보람이 있겠다”고 말한다. BIFAN 한때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에 매진했던 그이지만,
조직위 역시 “BIFAN를 기점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당시 그가 북한 영화를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자체적
승인 과정이 다소 간소화되어 다른 영화제에서도 북 검열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뭔가 뒷목을 잡아당기
한 영화의 상영이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며 “‘고맙다’ 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지금 청춘들은 다르다. 영화는
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분단의 세월이 서 그저 영화일 뿐이다. 마블의 초호화 판타지 영화에서
로를 멀어지게 했다면, 잦은 만남과 접촉은 다시금 그 느끼는 재미가 따로 있고 다소 촌스러울지도 모르는
먼 거리를 가깝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영화를 통해 느끼는 재미 역시 있을 것이다. 딱
“북한 영화를 입수하고 상영하기 위해선 먼저 북 그렇게만 즐기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이 길어질
측과 연락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부터 쉽 수록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커져갈 것이다.
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예를 들어 북측 민화협에 내용 김 부집행위원장이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을 보내고 무작정 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 북한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 대한 당부다. 대
지만 이제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될 예정이 중적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고려해야겠지만, 무엇보
다. 그곳이 일종의 대사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 다 왜곡이나 진영논리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고 있다. 직접적인 통로가 생겼다는 점에서 너무 반가 이 시대에 비쳐지는 북한을 충실히 담아내는 것”, 그것
운 소식이다. 또 하나 어려움은 현재의 대북제재 상황 이면 족하다. 앞으로 우리 근현대사에서 꼭 짚고 넘어
이다. 정당한 이용료를 지불하고 필름을 구할 수 없기 가고 싶은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김종원
때문이다. 결국 공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복잡한 부집행위원장. 그의 근사한 영화를 기대한다. 아울러
상황들이 이제는 조금씩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다 많은 북한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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