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민족화해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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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다. 지난 4월 남북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마 마음이 통하려면 만나야 한다
주한 순간,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제안을 받고 북으로
잠시 넘어간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많은 국민이 환호 남북평화에 세계의 관심이 쏠린 오늘, 사람들은 통일
했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다. 같은 민족이기에 느 한반도를 상상해보곤 한다. 통일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
낄 수 있는 감정이 발현한 것이다. 지, 국방비는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통일 후 어느 정
그러나 남북이 오랫동안 단절된 상황에서 민족 동 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인지를 따져본다. 통일이 현실로
질성은 금방 숨어버리고 쉽게 흔들린다. 뜸한 사이에 다가오는 시점에 경제는 주요한 논점이다. 그러나 평화
온갖 모함과 방해가 배신감, 증오를 일으키기 때문이 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동질성 회복이다.
다. 일부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의 프레임 공조에 분단 서로가 이익계산에만 집중하여 접근한다면 통일은 멀
의 장벽은 더욱 견고해졌다. 나는 또 하나의 심각한 어질 것이며, 성공했다 한들 불화가 또 다시 한반도를
문제가 군의 대적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큰 문제로 분열시킬 것이다. 마음이 통하려면 우선 만나야 한다.
인식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그 심각성을 짧게나마 자주 보아야 마음이 열리는 법이다. 평창올림픽에서 통
말하고자 한다.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복무하는 동 일응원단이 남북선수들을 응원해주는 뭉클한 장면도
안 정신교육의 주는 대적관이었다. 여기서 적은 북한 만남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행사의 일회적 만남은
이 유일했으므로 주적관이 더 옳은 표현이겠다. 6·25 보여주기 식일 뿐이다.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만남은
전쟁 남침 정황, 북한 최근 도발 사례 등 모든 정신교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빨리 만나야 할
육 자료가 대북 적대의식 함양에 초점을 맞췄다. 대 사람들은 이산가족이다. 지금껏 이산가족 상봉은 정권
적관 결의대회라도 있으면 누가 더 논리적으로, 감정 의 색깔에 따라 성패가 좌우됐고 신청자 중 극소수만
적으로 북한을 증오하는지 평가했다. 평화통일을 주 이 만날 수 있었다. 생존자는 점점 줄고 있다. 약 85%가
장하면서 끊임없이 적개심을 주입하는 것은 아이러 70대 이상인 이산가족 생존자들이 세상에 큰 목소리를
니가 아닐 수 없다. 휴전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대비 내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젊은 세대가 의식
는 대북 전술교육과 훈련으로 충분하며 정신교육에 을 품고 나서야 한다. 상시적인 만남을 목표로, 화상상
서 함양해야 할 요소는 동료에 대한 신뢰, 전투원으로 봉 등 새로운 소통방안을 고민하고 때로는 정부를 압
서 긍지와 자신감이지 적대의식이 아니다. 이는 군의 박하여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후대인 우리 몫이다. 남
정신을 황폐하게 할 뿐, 지나친 감정은 냉정한 판단을 과 북이 만나고자 하는 의지 속에서 우리는 민족애를
망치고 군을 패배로 몰아넣는다. 무서운 것은 북을 미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만남의 대상범위와 빈도를 늘
워하는 마음은 전역 후에도 무의식 속에 이어진다는 리다 보면 어느새 통일은 부쩍 다가와 있을 것이다.
점이다. 평화의 한반도를 맞이할 청년들에게 대북 적 통일을 묻는다면, 그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단계
대 감정은 민족애를 좀먹고 평화를 가로막는 걸림돌 들이 아직은 까마득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평화 한반
이다. 개선이 시급하다. 언론을 이용한 프레임워크가 도로 가는 방향은 명확하다. 같은 민족임을 공감하고
교묘히 이뤄진다면 군에서 대적관 교육은 보다 직접 만남을 도모할 때 비로소 우리는 화해할 수 있다. 9년
적이다. 그만큼 강력하지만 개선방향도 명확하다. 민 의 침묵을 깨고 남북화해의 바람이 불어왔다. 꽁꽁 얼
족 동질성을 파괴하는 요인들을 국가 차원에서 인지 었던 마음을 녹여주길 바란다. 10년 전 친구의 “반갑
하고 수정해가는 것이 평화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습니다” 한 마디가 금강산을 따습게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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