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민족화해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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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을 묻는다면





                                         서동영  민화협 통통드리머2기·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4학년





                                          아니 그보다 먼저 북한을 묻는다면, 중학교 2학년 금강산 수학여행을 떠올린
                                         다. 박왕자 씨 피격 사망사건으로 2008년부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으니 현재
                                         로서는 거의 마지막 관광객이 아닐까 싶다. 사춘기 소년들에게 국경을 넘는 것
                                         은 무척 흥분되는 일이었다. 혹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총이라도 맞는 거 아
                                         닌가, 영화에 나올법한 상황을 상상하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설렘과 두려움
                                         이 만들어낸 묘한 긴장감이었다. 걱정은 당연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배

                                         웠지만 노랫말일 뿐임을 알고 있었다. 10여 년간 살아온 내 나라의 대다수 국민,
                                         정치인, 미디어, 그리고 나의 할아버지가 북한을 두려워하고 미워했다. 자연스레
                                         깨달았다. 통일은 소원이 아니라는 것을. 국경선 보다 거대한 무언가 남북을 막
                                         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잊을 수 없는 적과의 악수


                                          산정무한(산에서 느끼는 정취가 한없이 많음)이라고 했던가. 금강산 절경은
                                         최고였다. 자연에 취해 있으면 등산로 중간 중간 바위에 빨간 글씨로 새겨진 최
                                         고지도자 이름이 여기가 북한임을 상기시켰다. 피로 새긴 글자라는 헛똑똑이의
                                         말을 몇 명이 믿기도 했다. 정작 수학여행 끝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른 것은 금강
                                         산이 아니었다. 금강산 입구 검문소에서 대면했던 북한군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우리는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난 것처럼 긴장했고 북한군의 얼굴
                                         도 경계심으로 굳어 있었다. 얼음장 같던 분위기를 깬 목소리는 누군가의 “반갑
                                         습니다”였다. 고개를 향한 곳에는 친구 녀석과 북한군이 손을 맞잡고 있었다. 모
                                         두가 충격에 휩싸인 듯 잠깐 정적이 있었지만 곧 박수가 터져 나오며 너도나도

                                         악수를 청했다. 단지 신기해서가 아니었다. 손끝에서 흘러와 가슴 깊숙이 왈칵
                                         터지는 감동은 어느 유명인과의 악수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반가움을
                                         넘은 애틋함, 나는 이것이 민족의 동질성이라 생각한다. 정확하게는 민족의 심리
                                         적 동질성이다. 혹자는 남과 북에 동질성이라고 칭할만한 것이 더 이상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생활양식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마음 깊이 내
                                         재된 민족 공통의 성질은 여전하다. 남북이 마주했을 때 돋아나는 따뜻한 소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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