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민족화해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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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북의 진심을 오해할까봐 소극적이라는 근거 있는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긴급 구호는 여전히 필
이유가 있다. 그래서 동력 자체를 만들기 힘들다. 요한데, 북한이 우선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사업은 이 분야가
아니다. 북한이 원하는 리스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혜경 현재 남북은 인도지원과 관련해서도 간극
이 있다. 북측의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 이주성 인도적 지원 사업의 주목적이 인민 생활편의
전히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이다. 하지만 북측 다. 최근엔 과학기술 방면이 인민생활을 향상시킬 수
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사업 지향이 있기 때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지식교류에서
문에 남측 민간과의 관계에서 인도지원이 우선이 아 도 많은 지원을 바란다.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둔 개별
니다. 과거처럼 식량, 의약품 등의 일방적 지원이 아 사업이 가장 큰 화두다. 이 사이에서 민간의 긴급구
니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기반의 순환적 호, 복구사업 같은 개발협력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고리가 보장된 사업을 희망한다. 반면 남측 역시 지 지금은 제재 상황이 있으니 먼 미래 같다는 인식이 조
난 10년 사이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도 금 강하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 같은 형편은 벗어
상당히 바뀌었다. 인도적 지원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났으니 새로운 각도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생각은 있지만 국민 정서가 ‘한반도의 평화=비핵화’
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과거에는 무조건적인 인 이주철 현재 북측이 남측 민간단체에 대해 가지는 기
도지원에 동의했다면 지금은 비핵화, 한반도 평화에 대가 과거에 비해 낮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2000
기여할 수 있는 조건적 인도지원에 동의한다는 것 년 전후에는 북측이 매우 어려운 상태여서 민간, 정부
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 간에 실행된 사업 가리지 않고 지원받았지만, 지금은 굳이 소규모 지원
이 처음부터 합의되어 진행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 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결과적으
도 이러한 간극은 있었다. 지금까지는 소통을 통해 로 남북한 각 부문의 민간교류 확대발전을 위해서는
이 간극을 줄여가며 합의점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아 교류사업에 대한 남북한 당국의 합의와 협력이 필요
니다. 판문점 선언 이후, 간극을 줄여 만드는 합의들 할 수 있다.
보다 예술단 공연, 통일 농구단과 같은 이벤트적 성
과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 내실이 사라졌다. 당국과 최혜경 북측도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며 경제협력을
민간의 아젠다가 다르고, 그 프로세스도 다르다. 툴 기본적으로 상정했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민간 차원
을 만드는 것은 향후 이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보다는 통 큰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
대한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금은 미처 생각하 을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기존의 남측 민간과 교류
지 못했던 다양한 사업이나 아젠다를 계획해야 하는 한 10년은 좋았지만, 이후 중단된 10년은 민간단체가
데 지금처럼 관 주도의 창구로 진행하면 민간 창구 정부의 입장에 따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
도 협소해지고, 그 기대도 줄어들 것이다. 했기 때문에 그 학습효과로 북의 입장이 조금 변한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있다. 남과 북이 변화했고,
사회자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는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변화 변화한 시대에 맞춰 인도지원, 교류도 새롭게 시작해
에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분명히 긴급 구호와 같은 형식의 야 하는 시기이다. 앞으로는 남북의 공동번영이라는
교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달라진 북한과의 협력에 대한 목표 아래 한쪽의 중단으로 사업이 일방적으로 멈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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